여유당의 하루 '동리목월문학상'


지난 9일 경주시에서 주최하고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문학상시상식과 신인시상식에 다녀왔다.소설가 김동리, 시인 박목월을 기리는 대한민국의 문학상이다. 소설만을 대상으로 한 김동리문학상은 1998년부터 김동리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해서 시상을 했었는데, 제11회부터 기존의 김동리문학상을 동리문학상으로, 시 부문 목월문학상을 신설해 함께 시상한다. 올해로 동리문학상 25회, 목월문학상 15회로 시상금은 각 6,000만원이다.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 이기철시인님의 ‘영원아래서 잠시’과 당선되었다.
각 지역의 작가들과 시인 등 문인들이 참석하여 화려하고 다양한 공연으로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이기철 시인님의 수상 소감중 시인이란 시를 써서 내야하는 압박감보다 일생의 한 편의 시를 쓰더라도 진정한 시를 쓰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경주에서 국회로 이틀의 시간이 힘겨웠지만 나름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
행사에서 축시 낭송한 이기철시인님의 시입니다.

이슬로 손을 씻는 이 저녁에 / 이기철

어디엔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움 돋고 있을 것 같아
소낙비 트리트먼트로 머리 감은 나무 아래서
나도 비눗물을 풀어 세수를 한다
지 우산을 펴는 것은 하늘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늘에게 부끄럼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꽃씨 하나를 아기처럼 보듬는 저녁이
한 해를 반짇고리처럼 요약하는 날은
내 틀린 생각들을 불러내어 자주 회초리를 친다
수많은 책과 금언들을 지나왔지만
아무도 아름답게 세상 건너는 걸음걸이를
가르쳐 준 사람 없다
위태로이 담을 건너면서도 하얗게 웃는
박꽃같이 사는 법을 말해 준 사람이 없다
내 무신론의 아름다움이여
길을 가다가 우물물이 흐려질까
나뭇잎을 건져 내는 사람 만나면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이 시대를 건너갈 것이다
이슬로 손을 씻는 이 저녁에   




<저작권자 ⓒ 더-경기북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미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