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에서 온 편지 - 셋

영암 군수(靈巖郡守) 이종영(李鍾英)에게 주는 말 목민관의 마음가짐 정약용 선생 말씀 중에서

옛날에 소 현령(蕭縣令)이 부구옹(浮丘翁)에게 다스리는 법을 물으니, 옹이 이르기를,

“나에게 육자비전(六字閟詮)이 있는데, 그대는 3일 동안 재계(齋戒)를 해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현령이 그 말과 같이 하고서 청하니 옹이 먼저 한 자를 주는데, 염자(廉字)였다. 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한참 있다가 다시 청하니, 옹은 또 한 자를 주었는데, 염자였다. 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다시 청하니, 옹이 마지막으로 한 자를 주는데, 역시 염자였다. 현령이 두 번 절하고 말하기를,
“이것이 그토록 중요합니까?”
하니, 옹이 말하기를,
“그대는 그 중 하나는 재물에 적용하고, 또 하나는 여색(女色)에 적용하고, 또 다른 하나는 직위에 적용하라.”
하였다. 현령이 말하기를,
“여섯 글자를 모두 받을 수 있습니까?”
하니, 옹이 말하기를,
“또 목욕 재계를 3일 동안 하여야 들을 수 있다.”
했다. 현령이 그 말과 같이 하니, 옹이 말하기를,
“그대는 듣고자 하는가. 염ㆍ염ㆍ염이다.”
했다. 현령이 말하기를,
“이것이 그토록 중요합니까?”
하니, 옹이 말하기를,
“앉거라. 내가 그대에게 말하여 주겠노라. 염은 밝음을 낳나니 사물이 정(情)을 숨기지 못할 것이요, 염은 위엄을 낳나니 백성들이 모두 명(命)을 따를 것이요, 염은 곧 강직함이니 상관(上官)이 감히 가벼이 보지 못할 것이다. 이래도 백성을 다스리는 데 부족한가?”
하였다. 현령이 일어나 두 번 절하고 띠에 그것을 써가지고 떠나갔다.

상관이 엄한 말로 나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녹(祿)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해서이다. 간리(奸吏)가 조작한 비방으로써 나를 겁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녹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해서이다. 당시의 재상이 부탁으로써 나를 더럽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녹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해서이다. 무릇 녹과 지위腰 다 떨어진 신발처럼 생각하지 않는 자는 하루도 이러한 지위에 앉아 있을 수 없다.


흉년에 백성들의 조세를 면제해 줄 것을 요구하다가 들어주지 않으면 떠나가며, 상사(上司)가 요구한 일이 있을 때 그것을 거절했으나 듣지 않으면 떠나가며, 예모(禮貌)가 부족하면 떠나간다. 상관이 나를 항상 휙 날아가버릴 새처럼 생각한다면 내가 말하는 것을 감히 듣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나에게 무례함을 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내가 정치를 함이 물 흐르듯이 쉬울 것이다. 만약 조마조마하고 부들부들 떨기를 구슬을 품은 자가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오로지 빼앗길까 두려워한다면, 그 지위를 보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관직에 있으면서 형벌을 쓰는 데는 세 가지 등급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민사(民事)에는 상형(上刑)을 쓰고 공사(公事)에는 중형(中刑)을 쓰고 관사(官事)에는 하형(下刑)을 쓰되, 사사로운 일에는 형벌이 없어야 한다. 무엇을 민사라고 하는가? 대체로 이향(吏鄕)이 죄과(罪科)를 범하는 것은 백성의 재산을 수탈하거나 백성을 해치는 것에서 연유되니 힘없는 백성을 속이고 침학하는 자는 마땅히 무겁게 매를 때려야 한다. 무엇을 공사라고 하는가? 대체로 공수(貢輸)의 기한을 어기거나 조정의 명과 상사(上司)의 명을 받들어 시행함에 있어 삼가지 않는 자는 마땅히 그 다음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


무엇을 관사라고 하는가? 무릇 관속(官屬) 가운데 나를 돕고 받드는 자가 정해진 직책을 태만히 하면 또한 벌이 없을 수 없다. 내가 제사지내고 손님을 맞이하고 부모와 처자를 양육하는 것은 사사로운 일이다. 관서(官署)에 이속(吏屬)과 노예(奴隷)를 두는 것은 이것을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그들을 빌려 부리는 것이다. 그들을 빌려 부린다면 그들이 삼가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쉽게 독책(督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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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기자 다른기사보기